"민생치안 끄떡없습니다"-안동 '경관 3부자'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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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3부자가 모두 경찰관 생활을 하다 보니 집사람이 밤잠 한번 제대로 못 자는게 늘 미안합니다. " 안동경찰서 임하파출소장 김철호(金鐵浩.56.경사.안동시 용상동)씨가 들려준 경찰관 가족의 애환이다.

金씨의 두 아들 기명(基明.30).기훈(基勳.28)씨도 순경 계급장을 단 경찰관이다. 근무하는 곳도 기명씨가 의성경찰서 단촌파출소, 기훈씨는 안동경찰서 남선파출소로 3부자 모두 30분이면 갈 수 있는 멀지 않은 거리다.

올해로 경찰 생활 33년째인 아버지는 내년이면 정년퇴임하게 된다. 지난 76년 파출소장이 된 뒤 20여년을 줄곧 파출소장으로 일해왔다.

金씨는 "아마도 내가 우리나라에서 파출소장을 가장 오래 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경찰관으로 먼저 대를 이은 이는 둘째 아들이었다.

운동 잘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기훈씨가 94년 먼저 순경으로 입문한 것. 기훈씨는 "어렸을 적부터 가까이서 지켜본 아버지의 경찰관 제복이 멋져 보여 주저없이 경찰관이 됐다" 고 밝혔다.

뒤이어 검찰직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맏아들 기명씨도 길을 바꿔 지난해 경찰관이 됐다. 기훈씨는 2년 뒤면 벌써 승진 대상이다. 그는 "경찰 입문은 늦었지만 형님이 먼저 진급했으면 좋겠다" 고 말한다.

동생에 뒤질세라 형 기명씨도 승진시험 준비하랴 근무하랴 바쁘기만 하다. 그래서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어머니는 더욱 바빠졌다.

아버지는 두 아들과 가끔씩 전화가 연결되면 "절대 부정한 짓을 하면 안된다" 며 '선배' 로서의 당부를 잊지 않는다.

둘째아들 기훈씨는 "다행히 지금까지 아버지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는 않았다" 며 "잘못했다간 금새 아버님 귀에까지 들어가므로 언제나 행동을 조심한다" 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하는 일이 같아서인지 아버님이 누구보다 자식들을 잘 이해해 주는 편" 이라고 밝힌다.

아버지는 "경찰 30년 동안 명절에 고향인 울진 한번 찾지 못했다" 며 "앞으로도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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