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007 본드걸로 변신해 쇼트 프로그램에서 환상의 연기를 펼쳤다. 사진은 총 쏘는 장면을 묘사한 엔딩신이다. [파리=연합뉴스]
◆숱한 노력으로 얻은 섹시함=이번 시즌 쇼트프로그램 ‘007 메들리’에서 김연아는 섹시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요염한 눈빛과 섹시한 몸 동작으로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런 변화는 여름 내내 이어진 노력의 산물이다. 김연아는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과 함께 007 시리즈를 모두 보면서 ‘본드걸’을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손톱에 검은색 매니큐어를 칠하거나, 머리에 큐빅 핀을 꽂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섹시한 몸 동작을 체득하기 위해 평소에도 본드걸의 몸짓을 흉내 내고 다녔다.
쉼 없이 이어지는 빠른 연기를 위해 체력 훈련도 강화했다. 김연아의 물리치료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체력 훈련을 확 바꿨다. 힘들기만 한 일반 체력 훈련 대신 피겨에 맞는 맞춤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전 워밍업 시간에 김연아는 총 여덟 번의 연습 점프를 뛰었다. 다른 선수들은 4분여 프리프로그램을 앞두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3~4회 점프 점검에 그친다. 앞선 체력 덕분에 가능했다.
◆파워풀한 트리플 러츠가 압권=대회 여자 싱글 부문 심판이었던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부회장은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가 가장 잘한 부분은 점프, 그중에서도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 루프 점프”라고 말했다. 김연아의 러츠 점프는 남자처럼 파워풀하고 높기로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첫 점프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김연아는 첫 점프를 남자처럼 시원스럽게 성공시키면서 심판들을 압도해 버린다. 그 점프를 본 심판들은 이후 연기에 대해 마음이 후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김연아는 첫 점프로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 루프 점프’를 뛰었다. 하지만 플립 점프가 석연찮게 에지 판정을 받으면서 단독 점프로 돌렸다. 대신 장기인 러츠 점프를 도입부에 배치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번 대회가 시즌 첫 대회임을 감안하면, 연기가 무르익는 올림픽 때는 220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파리=온누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