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넘어] 3. 佛루브르·대영박물관엔 거의 약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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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영박물관의 소장품 중 압권은 파피루스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열쇠를 제공한 이집트의 로제타석(石)과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온 조각품들. 몇년 전부터 두 유물에 대해 해당 정부가 반환요청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은 이 유물들이 '인류공동의 문화유산' 인데다 자신들의 노력으로 보존될 수 있었다며 '반환 불가' 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주지 않는 프랑스도 마찬가지. 이들 국가들이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는 원소유국에 돌려줄 경우 발생할 '박물관의 공동화(空洞化)' 가 중요한 요인이다.

루브르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을 찾는 외국인이 우선 놀라는 것은 규모의 방대함과 관리의 철저함. 그리고 소장품의 대부분이 그들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에 다시 놀란다.

마지막으로 놀라는 것은 엄청난 관광수입. 특히 제3세계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유물을 보거나 연구하려면 이들 박물관을 찾아야 한다.

관광객 중에는 빼앗긴 문화재를 보려는 원소유국의 사람들도 적지 않아 돈벌이를 시켜주는 약탈 문화재를 반환하려 할 리 없다.

그나마 대영박물관이 입장료를 받지 않는 데는 이 점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 조금은 작용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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