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프리즘] '로버트 김' 관련 정부 소극성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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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8:0' . 미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로버트 김이 "제가 대한민국의 스파이였습니까" 라고 물으면서 한국정부가 자신의 석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호소한 '옥중 질의서' 가 13일 공개되자 정부의 무관심에 대한 독자들의 비난여론이 비등했다.

본사에 접수된 48건의 투고 모두가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한 인터넷 독자(infor2000)는 " '인권대통령' 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현 대통령도 이 사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며 "동티모르에 파병할 때는 인권이 어떻고 저렇고 말하면서 정작 우리 동포에게는 너무나 인색한 것 같다" 며 정부의 소극적 대처를 꼬집었다.

그동안 잊혀졌던 이 사건을 다시 기억하게 됐다는 조문경(29.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씨는 "미국인 신분이면서도 조국을 위한 충정 하나로 위험을 무릅썼던 金씨를 미국 시민권자이고 사법판결이 났다는 이유로 공식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해 몹시 분개했다" 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모국으로 여기고 도와줄 방법을 찾다가 간첩죄까지 지게 된 사람을 모국이 나 몰라라 한다면 누가 국가를 위해 희생하겠는가" 라고 반문하고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민간단체를 통해서라도 그의 구명운동과 가족을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최근 AP통신을 통해 밝혀진 '노근리 양민학살' 보도를 접한 독자들은 진실규명을 위해 한.미 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10건)을 보였다.

한 인터넷 독자(stkwon)는 "과거에 묻혔던 양민학살에 대한 실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며 "우리 스스로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할 때 진정한 인권국가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독자들의 반응은 결국 언론을 포함한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 것으로 느껴진다.

특히 외신에 의해 우리에 관한 얘기가 터져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기자로서 옷깃을 여미게 한다.

다만 로버트 김, 동티모르 파병, 노근리 학살에 맞물려 지난주에 터진 도.감청 등 인권에 관한 담론이 벌어질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정부와 언론을 포함한 모든 분야의 도덕성이 좀더 높아졌으면 하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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