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국악공연중의 '불청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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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주말 구리시청 강당에선 '공옥진 국악공연' 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갔다.

국악을 접할 기회가 적은 데다 국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 공옥진 선생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또 그분의 공연을 본다는 게 그리 흔한 일이 아닌 만큼 딸과 나는 정신을 집중해서 공연을 보았다.

공연 초반은 참 좋았다. 그런데 잠시후 이상한 장면이 무대에서 연출됐다. 구리시장이 무대 위에 올라와서 인사말과 함께 노래 한곡을 불렀다.

다시 국회의원 모씨가 무대에 올라오더니 인사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다음엔 또다른 국회의원의 부인이라는 사람까지 올라오라고 해서 노래판이 벌어졌다. 화가 나서 딸아이를 데리고 공연장을 나와버렸다.

물론 공연을 유치하는데 애쓴 사람이라며 무대 위에서 생색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 외에 국회의원과 의원 부인까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좀 심한 것 아닌가.

힘들게 공연을 유치했으면 지역민들이 공연에 흠뻑 빠져들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마치 이번 기회를 계기로 선거운동 좀 해보자고 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했다.

돌아오는 길에 딸이 이것저것 이상하다며 물어보았다. 어린 딸아이에게 어른들의 추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김미량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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