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감청기구 운영 의혹에 마주달리는 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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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가정보원의 감청기구 운영의혹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달아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치쟁점화를 위해 국정조사권 발동요구 등 전방위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국민회의는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이를 폭로한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의 발언이 '국익침해 행위' 라며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는 등 역공을 펴고 있다.

◇ 한나라당〓한나라당은 우선 의혹규명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는 물론 정부 차원의 조사도 요구했다.

李총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불법적인 도.감청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고 밝혔음에도 국정원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강하게 나가는 배경에는 상당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李총무는 "국정원이 불법 도.감청 사실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끝내 '법적 대응' 운운하며 국민을 속이려고 한다면 불법을 입증할 내용들을 계속 공개할 것" 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를테면 단계별 폭로작전이다. 한나라당은 이 이슈를 총선까지 끌고갈 생각인 것 같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책임자 문책과 국정원 예산삭감 요구로까지 공세를 확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 국민회의〓국민회의는 일단 국감 막판에 터진 '악재(惡材)' 라는 인식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국감 이후의 정국운영도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그래서 강수대응을 하는 모습이다.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이 16일 긴급 소집한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은 "李총무의 발표는 그 내용이 허위일 뿐만 아니라 일부 내용은 국회법상 국가기밀누설금지조항과 특가법의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조항을 전면 위반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李총무의 정보위원직 사퇴는 물론 당사자와 한나라당의 대국민 사죄를 요구하고 국회 윤리위 차원의 제소 등 정치적.법적 책임을 거론했다.

대변인단도 가세했다.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국감 부진의 분풀이로 국가 첩보기구에 불법감청이라는 누명을 씌워 정치공세를 취하고 있다" 며 "매우 저급한 정치 술수" 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의 추가폭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하경.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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