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장종훈·삼성 김기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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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장종훈(31.한화)과 김기태(30.삼성)는 90년대 국내 프로야구의 홈런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지난해 용병시대의 개막과 이승엽(삼성)이란 걸출한 홈런타자의 등장으로 지금은 '홈런왕' 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좌 기태, 우 종훈' 은 분명 국내프로야구 홈런타자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올해 프로입단 13년째를 맞은 장종훈은 통산 2백72개의 홈런으로 이만수(은퇴)를 제치고 통산 최다홈런타자로 기록돼 있다.

한살 아래인 김기태는 올해가 프로 9년째. 김은 올해 최단기간 2백홈런 돌파의 기록을 세우며 2백1홈런으로 역대홈런 4위를 달리고 있다.

둘은 90년대 초반 홈런왕을 주고받은 사이다. 장종훈이 홈런왕 3연패(90~92년)를 이루는 동안 김기태는 91, 92년 2위였고 94년 왼손타자로서는 처음으로 홈런왕을 차지했다.

그들이 터뜨리는 홈런만큼 그들의 경력은 화려했다. 그러나 가슴 속에는 늘 허전한 구석이 있었다. 바로 '정상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 이다.

장종훈은 한화의 전신 빙그레 시절 88, 89년과 91, 92년 등 네 번이나 한국시리즈에 나갔으나 세번은 해태, 한번은 롯데에 무릎을 꿇었다.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김기태는 더 거리가 멀었다. 김기태는 쌍방울 시절 두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이 고작이다. 96년에는 플레이오프까지, 97년에는 준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지만 한국시리즈 무대는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다. 김은 올해 삼성으로 옮겨서 다시 기회를 맞았다.

서글서글한 웃음만큼 시원한 스윙이 트레이드마크인 둘은 올 가을만큼은 허전한 가슴을 채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13일까지의 플레이오프에서 장의 한화는 3승, 김의 삼성은 2승을 거둬 일단 한국시리즈에 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둘 중 누가 우승의 한을 풀게 될지 결과가 기다려진다.

대전〓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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