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신문 1981~85] 채권-채무국 갈등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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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85년 7월 29일 리마]알란 가르시아 페레스 페루 신임대통령은 이날 자국의 외채 상환을 수출액의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겠다고 선언했다.

페레스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몇 년 동안 제3세계 외채와 관련해 나왔던 채무국의 결정 중에서 가장 대담한 것이어서 세계경제계에 충격을 던졌다.

당시 36세인 페레스 대통령은 취임연설을 통해 "채권단과 총외채 1백40억달러에 대한 재협상을 추진하는 한편 앞으로 1년동안 외채상환액을 수출액의 10%로 묶겠다" 고 밝혔다.

외채와 수출을 연계하는 아이디어는 중남미 채무국들 사이에 자주 논의됐으나 공식 채택하기는 페루가 처음이었다.

앞서 84년 3월에는 아르헨티나가 5억달러의 신규외채를 끌어들여 장기외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함으로써 외채이자 지급불능사태를 간신히 모면했다.

그러나 세계 금융관계자들은 중남미 국가들이 '외채국 카르텔' 을 조직하여 외채 상환을 거부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미 중남미 11개 채무국들은 지난 2월 총 3천3백7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에 대해 채권자들과 정치적 협상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채무국들은 지역내 재투자에 써야 할 돈이 외채 이자와 원금상환으로 빠져나가 이 지역에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고 인식하고 있어 채권-채무국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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