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IMF제재 압력에 파키스탄군 민정이양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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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파키스탄 군부가 향후 행보에 고심하고 있다. 계엄령 선포나 향후 정치일정 발표도 나오지 않고 있다. 병력 출동 2시간만에 조직적으로 쿠데타를 성공시킨 초기상황과는 대조적이다.

군부로선 조속한 민주질서 회복을 촉구하며 국제사회가 추가 경제제재를 위협하는 것이 부담스런 인상이다. 반면 파키스탄 국내상황은 이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이며 시가지에서 군인들은 자취를 감췄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 국내상황〓군부 지도자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은 13일 라피크 타라르 대통령과 전직 정치인 등 각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났다. 쿠데타의 합법적 포장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무샤라프는 과거 쿠데타와는 달리 계엄령 선포나 의회해산.헌정유보 등 초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그가 ▶일부 야당 정치인들과 실무관료들로 과도 민간정부를 구성하는 안과 ▶새로운 총선을 조기실시하는 안을 두고 선택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샤라프는 당초 13일로 잡았던 '새 정부 구상' 발표를 하루 연기시키면서 장고(長考)중이다.

군부에 힘이 되는 것은 샤리프 정권의 경제정책과 대(對)인도정책에 불만을 품은 국민들의 보이지 않는 지지다. 특히 비판적 언론을 탄압했던 샤리프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파키스탄 언론들은 쿠데타 이후 일제히 친군부적 기사를 싣고 있다. 현지언론들은 샤리프 측근인 군장성 3명이 체포돼 곧 재판에 넘겨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 국제사회 압력〓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즉각적인 민간정부로 이행하는 것이 파키스탄의 국익이 될 것" 이라며 조속한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했다. 그는 군부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윌리엄 밀란 대사를 이슬라마바드로 복귀시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쿠데타에 대한 보복으로 파키스탄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국연방 국가들도 군부에 의한 샤리프의 실각을 위헌적인 것으로 규정, 파키스탄을 영국연방에서 축출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파키스탄에 대한 압력을 높이기 위해 교역 및 정치협정 서명을 무기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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