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쌍용.삼성車 출자전환·공동인수 논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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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우.쌍용.삼성자동차의 처리방향을 놓고 정부와 채권단이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진행돼온 GM의 대우차 인수협상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않고 있기 때문.

최근 금융연구원이 내놓은 대우.쌍용차 출자 전환후 매각 방안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대우차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중의 하나지만 아직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 고 밝혀 이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 대우.삼성차 처리 방안은〓대우차는 결국 기아차 처리방식을 따라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가장 유력하다.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해 감자한 뒤 부채탕감.매각의 순서를 밟는다는 것. 그러나 이 방안은 기아때처럼 채권단이 빚을 떠안아야 하고 이는 결국 국민적 부담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대우차 인수협상을 벌여왔던 GM은 일단 폴란드공장 등 해외사업에만 관심을 보여왔고 일괄인수를 위해서는 파격적인 조건이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GM코리아 관계자는 "채권단이 실사를 마치고 워크아웃 협약을 체결하면 결정된 조건을 가지고 본격 협상을 벌이겠다" 고 말했다.

삼성의 역빅딜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연세대 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한국자동차산업의 미래와 구조개편' 세미나에서 가톨릭대 김기찬교수는 "대우차의 해외 매각은 한국기계산업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며 "GM이 삼성차를 인수한 뒤 삼성과 공동으로 대우차를 경영하는 역빅딜 방안도 거론된다" 고 말했다.

삼성차 채권단 관계자는 13일 "향후 삼성차 인수 희망업체가 시너지 효과를 위해 국내 판매망을 보유한 삼성과 합작 경영하기를 원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측은 그동안 채권단과 별도로 원매자를 물색, 현재 3~4개 업체와 비밀리에 삼성차 매각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채권단은 앞으로 매각협상은 채권단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확정하고 이번주중 파리바은행.KPMG 등 외국기관과 매각 주간사 계약을 체결한 뒤 본격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 누가 어떻게 인수할까〓지난 12일 방한한 GM의 휴즈 부사장 일행은 대우차 채권단에 그동안의 실사결과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수조건 제시는 정부와 채권단의 처리방안이 마련된 이후로 미루고 부채탕감과 공적자금 투입규모 등에 대한 의견만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GM은 삼성이 삼성차 지분을 일정 부분 유지하는 조건으로 삼성차를 인수하고 삼성과 공동으로 대우차를 인수, 경영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삼성차 채권단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삼성 고위관계자는 "자동차를 내놓은 입장에서 대우차를 인수한다는 역빅딜은 전혀 가능성이 없지만 삼성차 처리를 원활히 하기 위해 삼성차의 일정 지분을 유지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현대차가 대우차를 인수하는 방안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측은 그동안 "전혀 근거없는 얘기" 라며 일축해 왔지만 해외업체가 대우차를 인수한 이후의 국내 자동차산업 구도를 고려할 때 인수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이 독점형태로 가면서 자칫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 남아 있다.

이수호.신예리.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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