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기 왕위전] 유창혁-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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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白 쥐게된 유창혁, 얼굴에 언뜻 그림자가

제1보 (1~24) =결국 2대2까지 왔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의 예측은 李왕위가 3대1 정도로 이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기사의 싸움은 문자 그대로 용쟁호투여서 최후의 승자를 도무지 알 수 없게 됐다.

9월 27일 오전 10시. 돌을 다시 가려 李왕위가 흑을 잡았다. 劉9단의 얼굴에 언뜻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다.

5집반의 덤이라도 제한시간 5시간의 긴 바둑인 왕위전에선 꼭 흑이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흑을 잡고 싶어한다.

최종국에서 백이 나오면 왠지 운이 따르지 않는 것 같아 불길한 느낌마저 받게 된다.

승부란 민감해 이런 작은 곳에서부터 변화의 물줄기가 갈리기 시작하는 법이다.

다시 백4의 삼삼 (劉9단은 4국에서 양삼삼으로 이겼다) .우변을 그냥 갈라치지 않고 6을 선제한 다음 8, 10으로 갈랐다.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지만 모두 실리에 신경 쓴 결과물이다.

23은 좌하 백이 화점이라면 그냥 '가' 에 지킨다.

李왕위는 삼삼이니까 '나' 로 하나 받게 하고 지킬 생각이었는데 劉9단은 즉각 24로 반발해버렸다.

'참고도' 백1로 받고 14까지 백 한점을 버리고 둘 수도 있다는 것은 인터넷 해설을 맡은 김수장9단의 감상.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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