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없이 즐기는 인터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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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근 들어 TV에 간단히 셋톱박스를 붙이면 PC 본체가 없어도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인터넷TV' 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따라 전자업체들은 관련 제품 개발과 함께 여러가지 소프트웨어를 속속 내놓고 있다.

◇ 왜 인터넷TV인가〓국민PC 바람이 불고 일반국민의 정보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간편히 인터넷을 할 수 있는 TV인터넷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국민PC는 젊은층, 특히 학생층을 겨냥한 제품. 그러나 국민PC로는 커버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40대 중반 이상의 연령층과 주부들이다. 나이가 들면 시력이 나빠져 제대로 컴퓨터 모니터를 보기 어렵다. PC를 완벽히 구사하려면 자판을 제대로 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숙련되기 쉽지 않다.

바쁜 주부들이 PC를 배우기란 더욱 어려운 일. 이 때문에 이들은 늘 정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착안한 것이 인터넷TV이다. 현재 시중에 등장한 인터넷TV용 셋톱박스의 가격은 PC가격의 절반 수준인 50만원 정도이다. 비디오처럼 셋톱박스만 조작하면 되기 때문에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전원을 켜자마자 5초만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TV를 켜서 볼줄만 안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라도 손쉽게 인터넷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TV수상기의 화면이 크고 글자도 크게 만들어져 있다. 정보통신부도 새로운 정보단말기로서 인터넷TV의 보급확대를 검토 중이다.

◇ 어떤 제품이 있나〓국내 인터넷TV의 원조는 지난 96년 나온 대우전자의 '개벽 인터넷TV' 이다. 이 제품은 기존 TV에 '알바트로스' 라는 인터넷 전용 셋톱박스(20만원대)를 붙이거나, 셋톱박스가 처음부터 내장된 1백80만원짜리 인터넷 전용TV 등 두 종류. 그러나 이 제품은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제한적이어서 크게 주목을 받지못했다.

대우전자는 인터넷T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 제품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최근 다시 사업강화에 들어갔다. LG전자는 지난 7월말 '홈네트워크15' 라는 셋톱박스를 선보였다. 전송속도 56kbps급인 이 제품은 ADSL 이나 케이블TV인터넷망으로 연결하면 최대 10Mbps까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TV의 화면에 맞도록 돼있고 무선 리모콘으로 조작도 가능해 PC에 미숙한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에 맞도록 암호화된 통신규격을 이용해 가정주부라도 간단하게 온라인 홈쇼핑을 즐길 수 있다.

삼보컴퓨터도 지난달 중순 인터넷 셋톱컴퓨터 '드림셋' 의 시판에 들어갔다. 이 제품도 쉽게 E메일.사이버증권.홈쇼핑.기사검색.온라인게임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리얼플레이' 나 '아크로뱃리더' 등 각종 매체재생용 소프트웨어를 얹어 사용할 수 있어 생생한 영상이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삼성전기.캡스 등 6개사와 공동으로 인터넷TV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중소기업인 홈TV인터넷은 지난 8월부터 이 사업에 참여, 전용 홈페이지(http://newtv.home.co.kr)까지 만들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 향후 전망〓디지털방송이 시작되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최근 선보인 '웹TV 플러스' (TV를 보면서 모니터 구석의 작은 화면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E일도 받을 수 있다)나 아메리카 온라인(AOL)이 내년에 내놓을 대화형 'AOL TV' 등은 TV가 오락용 단말기에서 가정의 주컴퓨터인 '홈서버' 의 개념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 인터넷TV 수요도 올 1만대에서 내년에 8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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