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세계] 32. 관천법(貫天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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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달마대사의 최상승법(最上乘法)을 일컬어 '관천법(貫天法)' 이라고 한다. 관천이란 '하늘을 뚫다' 는 뜻인데 하늘의 기운이 사람의 기운과 하나로 합치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관천 또는 관천법을 안다는 것은 곧 견성(見性)성불(成佛)의 현관(玄關)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관천법은 도맥(道脈)의 핵심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른바 이천세계(理天世界)의 경계(境界)에 들어섰음을 뜻한다고도 할 수 있다. 관천법을 도맥의 핵심이라고 하는 까닭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법을 모르고는 절대로 깨달음이나 해탈(解脫)이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이법은 석가모니 부처에서 비롯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정맥(正脈)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달마대사의 관천법은 '하나(一)' 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출발점이다. 달마대사는 일찌기 '하나' 는 무극(無極) 가운데 한 점인 영성(靈性)을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것은 석가모니 부처가 전한 진경(眞經)중의 진경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하나' 는 동녘 땅에서 비롯된 것으로 만물(萬物)은 모두 이것에서 생성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삼계(三界)는 '하나' 로 말미암아 이루어졌다고 갈파했다.

여기서 말하는 '하나(一)' 의 이치 또는 '하나' 의 깨달음은 '천부경(天符經)' 과 상통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부경은 일시무시(一始無始)와 일종무종(一終無終)이 모두 하나임을 깨우쳐 준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천부경을 제대로 풀이한 책이 흔치 않다는 사실이다.

풀이는 커녕 천부경을 읽는 방법조차도 올바로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 드물다. 이런 사실은 결국 수많은 수련자들이 어느 단계에 이르면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수 밖에 없는 개연성을 말해 주고도 남는다.

달마대사는 단순한 동방선종(東方禪宗)의 개조(開祖)가 아니다. 선(仙)과 선(禪), 그리고 도(道)와 불(佛)을 하나로 묶은 도맥을 이어 받아 전한 큰 스승이다.

뿐만 아니라 동방에서 비롯한 '하나' 의 도맥을 다시 동쪽으로 회귀시켜 도반(道盤)을 굳게 한 역사적 존재이다.

바로 그 '하나' 의 도맥은 관천법을 말하는 것이고, 그 '하나' 의 연원은 다름 아닌 천부경이다. 달마(達摩)의 한자표기는 달마(達磨)라고도 쓰인다.

'마(摩)' 로 쓸 때는 역사적 실재인물의 뜻이며, '마(磨)' 의 표기는 상징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규행 <언론인.현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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