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준비부족 하남 환경박람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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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당신은 지금 특수한 환경 구역에 들어왔습니다. " 99하남 국제환경박람회를 알리는 이 문구를 보면 남녀노소할 것 없이 박람회에 한번의 호기심을 가질 만하다.

얼마전 가족과 함께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이런 호기심은 단번에 사라졌다. 1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환상은 깨졌다. 손님 맞을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환경박람회의 취지를 거스르는 내부 구조가 눈에 띄었다.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신개념의 기술 제품은 에어돔 전시장 뒤쪽으로 배치됐다. 대신 일반 선물가게나 각종 상가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늘어세웠다.

관광객들이 환경박람회에 온건지, 아니면 기념품을 사러 왔는지 분간할 수 없을 듯했다. 문득 입장료 1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박람회장까지의 거리도 너무 멀어 불편했다. 정문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됐지만 배차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도로 사정 또한 안좋았다.

국내인이야 그렇다고 치자. 명색이 국제박람회인데 이런 모습을 외국인이 본다면 뭐라고 말할까 생각하니 수치심이 들기도 했다.

주최측의 무성의 때문에 하남 시민들과 자원봉사자의 따뜻한 정마저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철저한 준비 없이 국제적인 행사로 박람회를 개최한다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

박홍규 <제주도 서귀포시 동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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