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사당역 '지옥철 한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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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1일 오전 8시2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 승강장.

출근을 위해 2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려던 회사원 朴모(35.관악구 봉천7동)씨는 뒤에서 밀치는 사람들 때문에 전동차에서 총알처럼 퉁겨나왔다.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인파에 밀려 환승계단까지 왔지만 그곳에서 朴씨는 약 5분 동안 멈춰 서 있어야만 했다. 환승통로가 사람들로 꽉 들어차 옴짝달싹할 수 없는 '사람 정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朴씨는 "사람들에게 떼밀려 넘어졌다가는 짓밟혀 큰 사고라도 나겠다 싶어 다리에 온 힘을 주었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상황은 가을 소풍 가는 학생들이 몰려들었던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는 더욱 극심했다.

회사원 金모(38.관악구 신림동)씨는 "오전 8시30분쯤 2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는데만 20여분이나 소요됐다" 며 "중.고생들이 소리를 지르고 밀고 당기는 바람에 환승통로는 수라장과 같았다" 고 말했다.

매년 봄.가을 지하철 사당역이 서울대공원으로 소풍가는 학생들과 출근길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오전 8~10시 2시간 동안에만 평소의 2배가 넘는 5만~6만명의 승객이 몰려드는 바람에 대형 인명사고까지 날 위험이 있는 것이다.특히 임신부나 노약자의 경우 떼밀려 넘어질 위험도 크다.

하지만 환승객의 질서를 유도할 역무원과 안전요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한데다 최소한의 안전 시설물도 설치하지 않아 '안전불감증' 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붐볐던 8일에도 환승통로에는 고작 한명의 역무원이 질서를 유도했지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도시연대 최정한 사무총장은 "환승통로 가운데 철책을 설치해 좌우 통행을 분리하는 것도 한 방법" 이라며 "안전사고 대책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사당역측은 "2~3년 전에는 서울시내 학교에 소풍가는 시간을 출퇴근시간보다 늦춰달라고 요청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며 "역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대응이 어렵다" 고 말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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