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밤 줍는 농원의 상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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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신문에서 '토실토실한 알밤 맘껏 주워 가세요' 라는 기사를 봤다. 입장료는 어른 1만원(5㎏), 어린이 6천원(3㎏)이라고 돼 있었다.

지난 3일 우리 가족 세명은 밤을 주우러 S농원을 찾았다. 정문에 들어서니 안내원이 밤을 담으라며 길이 14㎝ 정도의 아주 조그만 망을 한사람에 하나씩 나눠주었다.

망이 너무 작은 것 아니냐고 묻자 "망이 늘어나기 때문에 4~5㎏은 충분히 담을 수 있어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곳의 밤은 시중에 파는 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우수품종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우리 가족은 밤을 주워 망에 수북이 담았다. 3개 망을 다 채워 출구로 나오니 "소지품 가방에 밤은 안들었겠죠" 라고 물어 기분이 상했다.

집에 돌아와 큰 바구니에 주운 밤을 다 쏟았더니 10㎏도 채 안될 것 같았다. 어른 둘과 아이 한명이라면 13㎏이 돼야 하는데도 말이다.

의심이 들어 동네 야채가게에 가서 무게를 재보니 6.5㎏밖에 안됐다. S농원측에 항의 전화를 했더니 이상한 변명만 늘어놓은 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가을날 밤을 주우며 가족들과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꼭 밤의 무게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지만 양에도 차지 않는 망을 주며 밤이 다 들어간다고 속이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상혼에 찌든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했다.

이인숙 <서울 강서구 염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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