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인삼公 청약 환불대금 11조원 어디로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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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달 29일부터 환불이 시작된 담배인삼공사 청약대금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11조6천억원의 청약증거금 중 실제 납입되는 돈은 4천11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1조원은 어디로든지 가야할 돈이지만 금융계에서는 아직 이 돈의 향방을 속시원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3일간 9조원 환불 추정〓환불 당일 고객예탁금은 전날보다 4조8천억원이 증가한 12조4천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환불이 시작된 뒤 이를 찾아가지 않으면 고객예탁금으로 잡히는만큼 11조원중 고객예탁금 증가분을 제외한 6조2천억원 정도가 첫날 환불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객예탁금은 다음날인 30일과 1일에도 각각 1조8천억원과 9천4백억원이 줄었다. 이를 종합하면 3일 동안 대략 8~9조원이 환불된 것으로 추정된다.

◇ MMF증가세 두드러져〓환불 이후 투신권 전체의 수탁고는 계속 줄고 있지만 환불금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일정 정도 MMF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입출금이 자유로운 신종MMF상품 잔고는 지난달 29일 이후 1일까지 1조1천억원이 늘어났고 채권편입 규정이 강화된 클린MMF에는 3일 동안 3천8백억원이 들어왔다.

◇ 은행수탁고는 감소〓하지만 은행권은 정작 환불일을 전후해서는 수탁고가 준 것으로 집계됐다. 4일 한국은행의 일일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총예금은 지난달 28일 2백84조1천억원에서 30일 2백82조4천억원으로 1조7천억원 정도가 줄었다. 특히 28~29일에는 증권사들이 은행에 맡겨둔 청약금을 대거 인출하면서 저축성예금 잔고가 5조5천억원이나 감소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환불자금 중 2조원 정도는 각종 대출금 상환용으로 쓰였으며 1조원 가량은 은행의 단기성예금으로 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 중 일부는 은행권이 아닌 다른 금융권의 콜자금 등으로 돌아다니는 것으로 예상된다" 며 "최근 돈의 흐름이 빨라진 것도 환불금의 행방을 정확히 찾아내지 못하는 장애 요인중 하나" 라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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