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美에 화해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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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과 이라크의 적대관계가 해소될까.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화해를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의 적대관계가 과연 풀릴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2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통해 클린턴에게 건네질 이 친서에서 후세인은 "이라크는 미국과 조건 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 며 "10여년에 걸친 양국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자" 고 제의할 것으로 이라크 관영 IRNA가 보도했다. 친서는 현재 압둘라 2세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은 친서에서 미국이 지난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내린 석유금수 조치를 풀어 달라고 요청하고, 이 경우 유전개발에 미국 정유회사들의 참여를 허용하겠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요구가 있을 경우 이미 러시아.프랑스와 맺고 있는 원유협정을 재고할 수 있다는 뜻도 피력했다.

이와 함께 전쟁으로 파괴된 이라크의 인프라 건설 등 경제재건에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미 기업들에 우선적인 기회가 주어질 것이 밝혔다.

이 친서에는 또 양국 관계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인 대량 살상무기 생산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미국과의 대화를 원해 왔지만 대량 살상무기 생산 중단을 시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반응은 일단 친서를 전달받는 12일 이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클린턴이 외교치적을 쌓기 위해 행보를 넓히고 있어 이라크가 기대 이상의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것으로 중동의 외교가는 점치고 있다.

또한 이라크의 원유수출 재개는 국제 유가의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미국으로서도 굳이 이라크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엔은 일단 이라크의 제안에 긍정적이다. 유엔은 4일 안전보장이사회를 열고 이라크의 식량구입을 위한 석유 수출 허용액을 잠정적으로 30억4백만달러 상당 늘리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미국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양국 관계 정상화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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