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32. 나는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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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의 인문학 위기는 어.문.사.철(語.文.史.哲:어학.문학.역사학.철학)에 걸쳐 총체적으로 진행돼 이제는 그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을 정도다.

이른바 인기학문에의 경도와 단기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학문분야만을 집중 육성하려는 정책적인 고려로 인해 사정은 더 심각하다.

그 결과 응용학문에 의해 순수학문은 소외지대로 떼밀리고 있으며 국학분야의 경우 특히 아예 고사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계간지 '문헌과 해석' 을 매개로 하여 젊은 학자들이 국학 전반에 대한 탐색과 연구를 수행해 가고 있는 것은 자못 경이롭다고까지 할 것이다.

학문상호간 연계작업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현 상황에서 이 팀의 연구성과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앞에서 말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문헌과 해석' 팀은 기본적으로 역사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데 그간 멤버들이 이룩해 놓은 연구성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지우지 않고 있다. 아직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국학의 여러 분야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다양한 시각으로 국학의 여러 분야를 치밀하게 조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현희 <서울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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