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장관 "물컵 안던져"주장은 위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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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4일 국회 문화관광위 국감에서 많은 말을 했다. 그중에는 중앙일보 '국민의 정부 언론탄압 실상을 밝힌다' 시리즈에 소개된 사례와 관련한 발언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98년 3월 9일 중앙일보 사장실에서)물컵을 던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 는 주장이다.

다른 발언 상당부분과 마찬가지로 그의 이 말은 명백한 위증이다. 당시 박지원 공보수석은 언쟁 끝에 흥분해 "돌아가겠다" 며 일어섰다가 분에 못이긴 듯 다시 허리를 굽혀 크리스털 물컵을 집어들은 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래서 컵이 박살나고 얼음과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 때문에 금창태(琴昌泰)당시 부사장과 한남규(韓南圭)편집국장이 홍석현(洪錫炫)사장에게 "어디 다친데 없느냐" 고 부상여부를 확인했을 정도다.

이때 밖에서 대기중이던 이효준 기자는 사장실 안에서 고성과 함께 '퍽' 하는 소리가 나고 다시 "이게 무슨 짓이야. 사진기자 불러서 현장 찍어" 라는 고함소리가 들려 문을 열고 들여다봤다. 그는 난장판이 된 방안에서 승강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정상적 상황이 아님을 직감했다.

李기자는 즉시 사장실에 비치된 카세트 테이프 라디오의 녹음버튼을 눌렀고, 당시 현장 상황을 테이프에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다.

여기에는 朴수석이 술에 취한 목소리로 "한번 도와주십시오. 오늘 신문을 봐요. 1면 톱, 말말말 이런 식이면…" 이라고 재차 항의하고, 韓국장이 "신문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선 사장에게 사과하세요" 라고 컵을 집어던진 데 대해 따지는 대목이 담겨 있다.

朴수석의 "사장한테는 (사과)못해요. 국장에게 하라면 하겠어요" 라는 말도 기록돼 있다. 또 琴부사장은 "당신이 아무리 신문에 불만이 있어도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아니오. 전두환도 이런 식으론 안했어, 박정희도 동아일보 광고 압력하다 손들었어. 이 사실(컵을 내던진)이 (신문에)나가면 중앙일보는 부수가 천만부 늘어나요" 하자 朴수석은 "그러면 내가 물러나겠습니다. 나를 때리려면 때리세요" 라고 자인한다.

이에 대해 琴부사장이 "개인 박지원이 아니지 않습니까. 김대중 대통령의 공보수석 아니오" 라고 재차 힐난하자 朴수석은 "그러면 김대중이 물러나면 잘 써줄 겁니까. 내가 창피당해서 5억부가 늘어도 상관없어요…" 라고 목소리를 다시 높이고 있다.

이처럼 명백한 사실도 朴장관은 표정 한번 변하지 않고 부인하고 있다. "잘못 보도되면 전화를 하거나 방문해서 납득되도록 설명하는 게 공보담당자의 일" 이라며 "당시에는 목이 말라 물을 마시는데 넘어지면서 컵이 책상에 떨어져 유리가 깨졌다" 고 국회의원들의 추궁을 피해갔다.

"그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는 말도 곁들이면서…. 朴장관의 이 말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속기록에 국무위원의 발언으로 남는다.

그것은 '역사의 기록' 이 돼서 전해진다. 그래서 중앙일보는 다시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朴장관은 그 다음날인 98년 3월 10일 중앙일보를 다시 찾아와 전날의 행패에 대해 사과 했다. 바쁜 자리에 있는 사람이 실수로 떨어뜨린 물컵 하나때문에 사과방문까지 했다는 말인가.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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