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연애 풍속도 '어장관리'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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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29)씨는 2년간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이씨의 휴대전화에는 직장 동료, 대학 후배 등의 명목으로 100여명의 여성들 전화번호가 있다. 이씨는 간간이 이들과 만나 영화도 보고, 밥도 함께 먹는다. 이씨는 "이들과 만날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는 않는다"면서 "(지금의 여자친구와) 헤어질 경우를 대비해 '어장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혼 남녀들 사이에 '어장관리'가 새로운 연애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어장관리'란 실제로 사귀지는 않지만 마치 사귈 것처럼 자기 주변 이성들을 동시에 꾸준하게 관리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다. 이성과의 인연의 끈을 유지해 새로운 연애 상대로서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클럽에 자주 가는 대학생 김모(23·여)씨 역시 마찬가지다. 김씨는 매주 서울 홍대 인근의 힙합클럽을 통해 이성친구를 많이 만난다. 그 중 외국인도 꽤 있다. '클럽친구'라는 그룹명을 만들어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따로 관리를 할 정도다. 김씨는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연애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거 아니냐"면서 "클럽에서 만난 친구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가끔 (연인같은) 데이트를 하면서 '어장관리'를 한다"고 전했다.

실제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미혼 남녀 714명을 대상으로 '어장관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혼 남녀의 절반(359명, 50.3%)이 '어장관리를 해본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미혼남녀의 99%는 '어장관리'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어장관리'를 했냐는 질문에 남녀 모두 ‘여지를 남기는 멘트 사용(50.1%)'을 1위로 꼽았다. 이어 ‘꾸준한 전화, 문자 연락(20.1%)', ‘정기적인 데이트(13.4%)'라고 답해 남녀 간 어장관리의 방법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에게 어장관리를 당한다고 느끼는 순간에 대해 미혼 남성들의 64.4%가 ‘약속을 자주 어길 때’라고 했다. ‘스킨쉽을 피할 때(17.5%)', ‘주말 약속을 피할 때(12%)'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들은 32.6%가 ‘만나자는 말 없이 전화와 문자만 올 때’라고 응답했고, ‘좋아한다, 사랑한다 등 직접적인 말을 하지 않을 때(30.8%)', ‘주말 약속을 피할 때(17.8%)'라고 답해 남녀 서로 어장관리를 인지하는 관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듀오 이재목 연애강사는 “결혼과 같은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는 남녀의 연애에서 '어장관리'는 동시에 많은 이성을 파악하고, 좋은 이성을 고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상대에게 진지하게 집중할 수 없고, 확신과 믿음을 주기 힘들기 때문에 지나친 경우 오히려 해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재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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