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장.김정일 무슨 얘기 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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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 정주영(鄭周永.얼굴)명예회장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鄭명예회장이 귀환날짜를 두번씩이나 미루면서까지 1일 오후 결국 金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을 성사시킴에 따라 면담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현대측은 그동안 鄭명예회장이 金위원장과의 면담을 줄기차게 추진해온 결정적인 이유가 남북경협에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鄭명예회장이 이번 방북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金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지면 금강산 사업과 서해안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가지겠다" 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현대 관계자는 "이번 면담의 최우선 목적은 현재 진행 중인 남북경협의 몇몇 걸림돌을 푸는데 초점을 맞췄을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강산 독점개발권 문제를 푸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을 것으로 현대는 분석하고 있다.

현대 입장에서는 매달 엄청난 돈을 꼬박꼬박 북쪽에 주면서도 아직 독점개발권(30년)을 명시한 문건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어 鄭명예회장이 직접 북한의 최고실력자를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

또 鄭명예회장은 준비해간 비디오 테이프 등 각종 자료를 가지고 서해안공단 사업을 설명하고 金위원장이 힘을 실어줄 것도 요청했을 것이라고 현대측은 전했다.

현대가 지속적으로 북측에 요구하고 있는 외국인의 금강산관광 허용문제도 언급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번 면담에서 가장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것이 바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DJ친서' 소지 여부다.

이는 鄭명예회장이 어떤 형태로든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의 첫 단추를 끼우는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

특히 현대가 현 정권의 햇볕정책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이번 현대전자 주가조작으로 구속 중인 이익치(李益治)회장 문제를 풀고, 대북사업에서의 기득권도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모종의 논의가 방북 전에 정부쪽과 이뤄졌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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