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국 교과서 속 ‘잘못된 한국’ 바로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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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외국 교과서에 기술된 한국 관련 내용의 오류가 심각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지난 6년간 59개국의 교과서 1147종을 분석한 결과 135종에서 590여 건의 오류가 발견됐다. 한국을 영양부실 국가(칠레), 국제원조를 받고 있는 나라(영국)로 분류하는가 하면 포르투갈의 식민지(파라과이), 중국어 사용 지역(아르헨티나)으로 표기하기도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문제는 전 세계 199개국 교과서 중 한국 관련 내용이 담긴 게 1만9900여 종이나 돼 그간 드러난 오류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란 점이다. 그런데도 외국 교과서 오류 발견과 수정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담당 인력은 6명에 불과해 외국 교과서를 다 들여다보는 건 애당초 엄두도 못 낼 상황이다. 예산도 지난해 12억3800만원에서 올해 8억4900만원, 내년엔 7억2400만원으로 해마다 줄어 사업의 연속성 보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마디로 오염된 물고기 잡겠다며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돛단배 타고 나선 꼴이니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외국 교과서의 오류는 일본·중국의 경우처럼 의도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래된 자료나 잘못된 정보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인구·면적 등 기초통계에서부터 역사·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게 급선무다. 한국 홍보 간행물을 정기적으로 해외 출판사·학자·학교현장에 보내거나 인터넷상에 올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을 배우는 학습교재를 만들어 외국 학교에 보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각국 교과서 편찬 주기에 맞춰 한국 관련 내용이 제대로 기술됐는지 체크하는 시스템 마련도 절실하다. 이런 방안들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정부가 나서 예산과 인력부터 확충해야 한다. 민간에서도 힘을 보태야 한다. 외국에 나가 있는 기업관계자·유학생·교민들이 현지 교과서 속 ‘잘못된 한국’을 바로 잡는 데 적극 나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교과서 오류 수정 요구를 하는 ‘민간외교사절단’ 반크(VANK) 같은 활동이 더욱 번져야 한다. 국격(國格)과 국가 브랜드는 외국 교과서 속 잘못된 한국 이미지부터 바로잡아야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