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핫라인] 대형건물·교량 지진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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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터키.대만 등에서 큰 지진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내 백화점.병원 등 대형 건물, 한강 교량, 지하철 등에 내진(耐震)설계가 거의 돼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진위험에 무방비 상태인 것이다.

이 사실은 서울시가 28일 국회 건설교통위 권기술(한나라당)의원 등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나타났다.

◇ 건물〓리히터 규모 7정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의무화 돼있는 서울시내 대형건물 4백88개 중 2백76곳에 내진설계가 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위험건물에는 대형 백화점.병원 등도 포함돼 있다.

건축법은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만㎡이상 건축물, 박물관.기념관 등은 내진설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은 연면적 1천㎡ 이상인 병원.방송국.공공업무시설과 연면적 5천㎡이상의 관람집회.판매시설, 5층 이상 아파트 등에도 내진설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진설계 규정이 정해진 88년 이전에 건립된 내진설계 대상 건물 2백88동 가운데 63빌딩.LG트윈빌딩.미원빌딩.신세계 백화점 등 4곳만 지진에 대비한 설계가 반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88년 이후 건립된 대형 건물은 모두 지진에 대비해 건립됐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 교량〓서울의 한강교량 17개 중 천호.올림픽대교 등 11개 교량에 내진설계가 돼있지 않았다. 나머지 6개 교량중 내진설계가 반영돼 완공된 것은 성수.서강대교 뿐이다.

성수.한남.마포대교와 광진교는 현재 진행 중인 보수.보강 공사에 내진설계가 반영돼 있다.

서울시는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내진2구역으로 분류돼있다. 건교부 표준시방서는 이들 교량에 리히터 규모 5.5정도에 견딜 수 있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지하철〓서울시는 서울지하철 1~5호선,7.8호선 등 전구간에 내진설계가 전혀 돼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지하철의 내진설계는 규정자체가 아예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하구조물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지상 구조물에 비해 오히려 안전하지만 지하철 대합실 등과 같이 지상에 인접한 곳에는 지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관계자는 "교량의 내진설계 규정이 정해진 92년 이전에 건립된 교량은 추후 보수공사를 할 계획이며 88년 이전 건립된 대형건물에 대해서는 별 뾰족한 대책이 없다" 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지난 78년 홍성에서 5.0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올들어서도 5~6규모의 강진이 수십차례 발생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경고하고 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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