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민태 선발·마무리 도맡아 혹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정민태(현대)의 팔은 '고무팔' 인가.

국내 최고의 정통파 투수 정민태가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현대의 팀사정 때문에 선발.마무리를 오가며 혹사당하고 있다.

정은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5-3으로 앞서던 7회말 1사후 정명원.김홍집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2와3분의2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귀중한 1승을 지켰다.

현대는 마무리 부재로 와일드카드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이르자 정민태에게 운명을 맡긴 듯 선발.마무리를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28일 현재 정은 무려 2백11과3분의2이닝을 던졌다.

최다투구이닝 2위가 정민철(한화.1백89와3분의1이닝)인 것을 비교하면 정민태의 피로 정도가 짐작된다.

정민태는 최근 4년 연속 매시즌 2백이닝을 넘게 던진 국내 유일의 투수다. 정은 9월 아시아선수권에서도 허벅지부상을 참아가며 대만전 선발로 나섰었다.

현대 김시진 투수코치는 "무리한 점도 있지만 팀 사정상 정민태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실정" 이라고 밝혔다.

내년 1년을 더 던져야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 되는 정민태는 올시즌을 끝내고 팀의 선처를 염두에 둔 듯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벤치의 지시를 묵묵히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무리한 등판은 필연적으로 정의 선수생명을 갉아먹고 나아가 프로야구의 우수한 자원을 고갈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프로야구 사상 막무가내식 등판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송진우(한화)다. 92년 빙그레 시절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다승.구원부문 2관왕에 올랐던 송은 이듬해 7승8세이브7패로 추락했다.

같은 팀 구대성도 96년 다승.구원부문 2관왕에 오른 뒤 이듬해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고 방어율도 치솟았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