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1339 응급전화' 있으나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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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뱃길로만 목포시와 연결되는 고향에서 이번 추석 연휴를 보내는 도중 초등학생 딸아이의 눈에 갑작스런 급성포진이 발생했다.

하루를 참아보았으나 증상이 심해져 응급처치 자문을 받을까 해서 129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자동응답에서 잘못된 전화번호란 응답이 계속 나왔다. 다시 119에 전화했더니 "이곳은 소방서니 다른 곳으로 알아보라" 고 말했다.

응급의료서비스나 목포시 관내에 있는 당직병원을 알려달라고 하자 그런 서비스는 119에서 안하므로 ○○○국 0112번에 문의하라고 했다.

이 번호로 전화했더니 "우리는 수송역할만 하지,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의 연락처는 모른다" 고 말하는 것이었다.

딸아이 눈이 보기에 무섭게 부어오르는데 당직 병원을 알 수 없으니 점점 당황스러워졌다.

우리 나라 응급구호 체계가 이 모양이란 말인가란 실망마저 들었다. 마지막으로 114로 문의전화했더니 129로 하라고 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 결국 아무 병원이나 골라 전화를 했고 다행히 응급처치법을 알게 됐다.

의료서비스 문제는 119와 이원화해 129로 하라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더니 이제는 129는 어디 가고 119에서도 모른다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 아닌가.

이런 문제가 나 혼자만의 문제인가 의심이 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봤더니 모두들 129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민들도 잘 모르고 응급처리 당사자들도 잘 모르는 응급서비스 체계가 버젓이 이 땅에 존재한다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정석 <대전시 서구 만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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