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31. 단편영화의 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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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영화아카데미는 단편영화의 산실. 단편영화라는 개념조차 없을 때 나름대로 그 의미를 설정, 독립된 예술 장르로 발전시킨 게 영화아카데미 출신들이다.

최근 일고 있는 국내 단편영화 제작붐도 이런 선구자들의 노력에서 비롯됐다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그중 대표적 인물이 제7기 출신 이재용(34)감독. 이감독은 90년 고려대 출신동기 변혁(현재 데뷔작 '인터뷰' 를 촬영중)감독과 함께 단편영화 '호모 비디오쿠스' 를 만들어 국내 단편영화의 개화기를 열었다.

비디오 중독증과 인간의 소외문제를 날카롭게 접합시킨 이 작품은 지금도 이 부류의 명작으로 꼽힌다.

이 단편은 3년뒤 '작은 칸' 으로 불리는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 출품, 예술공헌상.젊은 심사위원상을 휩쓸었다.

단편영화로는 첫번째 국제영화제 수상 기록. 90년대 단편영화 제작을 촉발시킨 기폭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이감독 이후 후배들의 활약은 그 전통에 빛을 더한 격이다. 봉준호(10기), 민규동.김태용(13기), 안영석.정연경(14기)씨 등이 단편을 통해 착실히 실력을 닦은 꿈나무다.

막내 안영석씨도 눈여겨 볼만한 새천년의 주역. 그는 70년대 냉장고에 얽힌 달동네 한 일가의 애환을 그린 '냉장고' 로 이달 초 열린 제56회 베니스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 호평을 받았다.

영화아카데미는 동문들의 이런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졸업영화제' 를 열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두번째 행사에는 제14기 졸업생의 16㎜단편과 제4기 이정향('미술관 옆 동물원' )씨 등 데뷔감독들의 옛 단편들을 함께 선보였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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