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리더] 멕시코 국가경쟁위원회 산체스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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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독점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는 멕시코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로 꼽힌다.

멕시코 정부는 이를 시정하겠다고 선언한 뒤 현재 대대적인 수술작업에 들어갔다.

집도의는 멕시코 국가경쟁위원회 (FCC) 페르난도 산체스 (49) 위원장. 산체스가 10년 임기의 FCC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멕시코가 경제위기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지난 94년.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이 당시 그에게 내린 특명은 멕시코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국가개입에 익숙해진 기업들에 메스를 가해 시장경제와 자유경쟁 원리를 정착시키라는 것.

이후 5년째 산체스와 독점 대기업과의 '혈투' 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금도 법정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멕시코 최대 통신회사 '텔맥스' 및 항공회사 '신트라' 와의 전쟁.

텔맥스는 시내전화에는 요금을 과다 청구하는 대신 장거리 전화에 대해선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영토확장을 꾀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회사. MCI월드컴.AT&T 등의 외국업체들도 텔맥스의 부당행위를 비판하고 나서 국제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상태였다.

지난해 국가통신위원회가 몇차례에 걸쳐 시정을 요구했으나 텔맥스가 받아들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FCC가 칼을 빼들고 나섰고, 몇차례 조사를 거쳐 고발했다.

멕시코 항공시장의 82%를 차지하고 있는 신트라는 노선에서 요금을 부당하게 많이 받아 FCC의 표적이 됐다.

산체스는 이 회사에 대한 정부 지분 55%를 민간에 매각, 기업을 분할토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엔 코카콜라의 음료회사 '캐드베리 쉐퍼스' 인수 시도를 막았다.

당시 개입하지 않았다면 코카콜라의 멕시코 시장점유율은 무려 70%까지 치솟아 경쟁체제가 불가능해질 판이었다.

산체스는 "아직도 과거의 타성을 버리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며 "경쟁원리를 도입하려는 데 대한 언론.기업 등의 조직적인 반발도 적지 않다" 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제 그는 남은 5년 임기동안의 성공을 위해 심호흡을 하고 있다.

그의 향후 활약에 따라 멕시코에 시장경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지 판가름날 것이란 게 국제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산체스 위원장은…

페르난도 산체스는 지난 49년 멕시코시티에서 출생했다.

멕시코 ATI공대에서 학사,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83년부터 3년간 국제통화기금 (IMF)에서 세제전문가로 활동했으며 이후 멕시코 재무부로 복귀한 뒤 지난 94년까지 세제정책과장.차관 등을 지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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