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협력사"정부지원 실감 못한다"-기협중앙회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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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천에 있는 한 대우자동차 부품업체는 요즘 극한 상황이다. 대우 협력사의 어음할인을 돕기 위해 은행 창구지도까지 하겠다는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돈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이 업체 사장은 "어음을 가져가도 담보.신용보증서.연대보증인을 추가로 요구하는 등 갈수록 태산" 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대우 협력사 지원방안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 9~14일 1백74개 대우 (자동차.전자.중공업.통신.기전 등) 협력업체의 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 80.5%가 '어음할인이 곤란하거나 아예 불가능하다' 고 답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 때의 82.7%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정부의 지원대책을 거의 실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대우 협력사들은 일반 중소기업보다 훨씬 심한 자금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음할인이 어려운 원인은 '대우 협력사의 신용도 하락에 따른 보증서 요구' (30.5%)가 으뜸이었고 '은행창구의 어음할인 기피'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대우 위기가 닥치기 전인 지난 6월만 해도 평균 두달 (62일) 이었던 대우 협력사의 어음결제 만기는 이달 들어 넉달반 (1백38일) 으로 두배 이상으로 길어졌다.

보증.융자 등 정부의 금융지원책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 발행어음의 할인을 위한 신용보증기관 특례보증의 경우 23%만 이용신청을 했고, 이중 3분의1은 결격사유.연대보증 요구 등에 막혀 보증을 받지 못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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