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사태 여파 기업 돈줄 '다시 은행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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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우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대기업의 은행대출이 다시 큰폭의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로 끌어들인 넉넉한 자금으로 고금리 때 빌렸던 돈을 조기 상환하던 우량 대기업들까지 은행 대출창구를 두드리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에 8천억원, 7월엔 7천억원이 줄었던 대기업 대출 잔액은 8월 들어 2조7천억원 늘어났다. 대기업 대출은 9월 들어서도 16일까지 7천억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 관계자는 "투신권 수신감소로 회사채 인수여력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기업들이 은행으로 발길을 돌려 대기업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채를 발행한다 해도 금리가 높아져 이중 일부를 은행 대출로 바꾸고 있다" 고 설명했다.

회사채 순발행액 (발행 - 상환) 은 지난 7월 1조1백83억원에서 8월엔 마이너스 1조2천5백3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9월 들어서는 16일까지 2조2천5백억원이나 줄어들었다.

한은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은 사라지고 만기 때 상환만 몰려 있다" 고 말했다.

또 주식발행도 지난 6월 5조1천3백26억원에서 7월에 3조5백90억원, 8월엔 1조2천8백21억원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30대 그룹에 속한 D사 자금부장은 "투신사들이 회사채 차환발행 (만기연장) 을 하지 않는 데다 유상증자 여건도 불투명해져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은 은행대출을 선호한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은행돈을 쓰지 않던 우량 대기업들도 신규 대출을 받거나 직접금융시장의 경색기조가 오래갈 것에 대비해 자금라인을 확보해 두려고 은행 대출부서를 접촉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5대 그룹 계열사에서 대출조건이나 상황을 문의해 왔다" 며 "당장 자금사정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자금수요에 대비하려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실제로도 한은에 따르면 기업의 긴급자금 수요를 나타내는 당좌대출 소진율이 8월말 현재 21%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전반적인 자금사정은 아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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