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과 과학] '물과 아이는 트는대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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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물과 아이는 트는 대로 간다' 는 속담은 요즘 부모들이 가장 열심히 실천하는 말일 것이다. 물길을 잡아주는 대로 대로 물이 따라 흐르듯, 아이도 가르치는 대로 응하게 된다는 이 속담처럼 부모들은 조기 교육이다 뭐다 해서 일찍부터 아이의 성격형성과 지능계발에 도움을 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성격이나 지능에 부모의 교육이 미치는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5백명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수줍음을 타고 난 태아의 심장 박동수는 분당 1백40회 이상으로 다른 태아들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4세 정도가 되면 수줍음을 타던 아이들 가운데 80%는 적절한 지도로 성격이 교정된다는 것. 다른 한 연구에서는 수줍음을 타는 새끼 원숭이 암컷에게 육아기술이 능숙한 유모 원숭이를 붙여주면 새끼 원숭이가 수줍음을 극복하게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새끼 원숭이는 또 유모 원숭이와 마찬가지로 유능한 어미가 돼 자신에게 수줍음 유전자를 물려받은 2세에게도 수줍음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

유전과 환경의 복잡하고 미묘한 상호작용이 성격과 지능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어느쪽의 영향이 더욱 큰 지는 전문가들 사이에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다.

요즘 들어 적절한 자극을 주는 것이 아이의 지능발달이나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에 과학적으로 고안된 장난감이나 교육 교재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아기를 따로 혼자 키우는 경우를 제외하곤 집안에서도 냄비 등을 함께 두들겨 소리를 내고, 또래 형제.자매들에게 말을 걸면서 충분한 자극에 접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흐르는 강물을 억지로 반대 방향으로 바꾸려면 힘이 많이 든다. 아이의 개성을 무시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살짝 물꼬만 터주고 방향만 잡아주는 교육방식이 아이에게 좋다는 것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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