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정대책] 20조 기금조성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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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핵심인 채권시장안정기금을 만들 주체인 은행들은 여기에 돈을 내놓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투신권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흡수하긴 했으나 그만큼 대출이 늘고 이미 상당 규모 투신권을 지원해 유동성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주로 만기 6개월 미만으로 받은 예금으로 적어도 6개월 이상 묶일 펀드에 출연하면 기간 미스매칭 (불일치) 이 생겨 다른 데서 메워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펀드를 만든 후에 만약 채권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펀드 자체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하기는 어렵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기금 설립의 관건은 정부가 금리를 한자릿수로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계속 내보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H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펀드에 내는 액수만큼은 한은이 환매조건부 (RP) 채권 매매 형식으로 자금을 빌려준다고 약속해야만 돈을 내놓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새로 만들 펀드의 미래가 결국은 투신권 문제에 달려 있는 만큼 정부가 투신권 문제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H증권 관계자는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이윤추구 차원에서 운용되지 않고 시장안정책으로만 활용될 경우엔 나중에 금융시장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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