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전망] 의료비 부담.투약포기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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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번에 의약분업 최종안이 의약분업실행위원회에서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분업이 내년 7월 예정대로 실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분업의 성패는 ▶의사.약사 등 전문가집단의 자발적 참여 ▶불편을 참는 등 국민의 이해 ▶정부의 철저한 준비 ▶제도에 대한 충분한 홍보에 달려 있는데 이중 어느 것도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7일 분업안을 확정하기 위해 열린 분업실행위에서도 의사협회.병원협회 대표가 자신들의 주장만 제시한 뒤 회의 시작 30여분 만에 동시 퇴장하는 등 불만을 노골화했다.

병협.의협 대표는 ▶약사의 임의조제를 방지하는 장치가 미비하고 ▶약화 사고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며 ▶보건지소를 분업대상에서 제외한 것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대표들은 "이미 분과위에서 충분히 논의된 내용이므로 정부가 이권단체의 이해관계에 더 이상 끌려가서는 안된다" 며 그대로 밀어붙일 것을 주장했다.

결국 분업실행위는 병협.의협 대표 2명을 제외한 참가위원 21명이 만장일치로 그동안 논의를 거친 정부안을 수용하는 것으로 끝났다.

분업은 또 병.의원과 약국을 번갈아 방문해야 하는 등 환자에게 상당한 불편을 주는 것이 불가피해 국민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지금보다 훨씬 까다로워지는 약 구입절차로 인해 투약을 포기하는 환자의 비율이 5~7%에 이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있다.

병협 등의 주장대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의보 재정에 1조원 이상의 부담을 줄 경우 장기간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는 분업을 국민이 언제까지 참아줄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준비도 미덥지 않다.

분업 후 국민 각자가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어떻게 달라지고 의보 재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도 아직 조사되지 않았고 약효 동등성 시험을 분업실시 이전까지 마치는 것도 벅찬 과제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분업실시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의약품 오.남용 실태가 위험수위에 다다랐기 때문. 분업을 미룰 경우 항생제.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의 오.남용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고 처방오류를 줄이기도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최종안은 그동안 쟁점이 됐던 병원.종합병원과 주사제를 분업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시민대책위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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