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 파이낸스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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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파이낸스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의 파이낸스사들이 최근 터무니없는 이자율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어 경찰이 본격 내사에 착수했다.

현재 테헤란로 일대에서 영업중인 파이낸스사는 모두 60여곳. 하지만 투자금융회사 등 다른 이름을 사용하거나 아예 간판을 내걸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1백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중 절반 이상은 파이낸스로 주부 등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데 편승, 지난 6월 이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업체들로 과열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투자자 끌어 모으기에 혈안이 돼있는 실정이다.

A파이낸스는 '1천만원을 맡기면 그날로 2백만원을 선이자로 지급해준다' 는 전단을 강남 주택가 일대에 1만장 이상 뿌리는 등 신종 '선이자 상품' 을 선보여 강남 주부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업체는 또 '투자자 한명을 끌어오면 투자금액의 3%를 커미션으로 지급해준다' 며 기존 투자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D파이낸스의 경우 연이율을 20%에서 25%로 올린 뒤 1천만원 투자시 5돈쭝짜리 황금열쇠, 1억원 투자시 20돈쭝짜리 황금두꺼비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중소 파이낸스들은 '매달 60%이율 보장' 이란 선뜻 믿기 어려운 조건까지 내걸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부산 파이낸스 업계의 투자금 환매.환급 중단 사태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자본금이 10억원 안팎인 대부분의 신생업체들은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만기가 된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의 20~30%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재투자를 유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崔모 (37.주부.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는 "회사가 '문제가 더 불거지면 문을 닫게 되고 그 경우 원금도 못 찾게 될 것' 이라며 오히려 고압적인 자세로 나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고 답답해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일부 사기성이 짙은 업체에 대한 적용법률 검토에 들어간 상태" 라며 "혐의가 포착되는 대로 일제 단속에 나설 방침" 이라고 밝혔다.

박신홍.이상언.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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