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엔高 어디까지] 1배럴=25불 1불=100엔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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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제유가와 엔화가치가 날개를 단 듯 연일 치솟고 있다. 엔화가치는 일본 중앙은행의 개입에도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유가도 당분간 상승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당연히 국내경제는 물론 국제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 유가급등 원인과 전망 = 유가급등의 근본적 이유는 지난 3월 하루 2백10만배럴씩 감산 (減産) 하기로 한 석유수출국기구 (OPEC) 회원국들의 합의가 96%까지 지켜지고 있기 때문. 산유국들은 내년 3월까지는 이같은 감산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에다 동절기를 앞둔 비축수요까지 겹친 실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가의 마지노선을 25달러선으로 잡고 있다.

근거는 OPEC가 내건 목표유가가 배럴당 20달러선이라는 점. 최근 유가가 치솟고 있지만 1~8월까지의 평균유가가 16달러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OPEC가 남은 4개월동안의 평균유가를 25달러 이내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유가는 연말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여 내년 1분기 중 22~23달러선을 유지하다 2분기부터는 18~19달러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엔화가치 급등 = 엔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여기에다 엔고를 막기 위한 미.일의 협조개입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각국 외환시장에서는 일제히 엔화에 대한 사자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행이 주요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내다팔면서 시장의 흐름을 돌려놓으려 하고는 있으나 역부족인 상태다.

엔고가 어느 수준까지 가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달러당 1백엔이 큰 고비가 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미국이 엔고로 인한 투자자금의 해외이탈 및 경상수지 적자부담을 얼마나 견디겠느냐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한국도 비상 = 유가급등으로 우리나라 무역수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자원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무역수지 흑자는 10억4천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원유수입가가 배럴당 평균 2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에 14억4천만달러, 내년에 49억4천만달러의 무역수지가 줄어들어 올해 무역수지 목표 (2백50억달러) 달성은 물론 내년 경제운용에 상당한 장애물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국내유가는 ℓ당 14원이 오르게 되며 국내 소비자물가는 0.09%포인트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 남윤호 특파원, 홍병기.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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