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문 MBA도 “한국 프로그램 배우자” 몰려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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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MBA전공 국내외 학생들이 외국인 교수로부터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세종대]

제니 위-신 창(26·대만계 뉴질랜드인)은 올 초 한국으로 유학왔다. 뉴질랜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 그가 한국을 선택한 것은 한국 MBA 때문이다.

성균관대 SKK GSB Finance MBA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외국 유명 대학과 복수학위를 취득할 수 있고, 다양한 해외교류 기회도 있어 미국의 톱 MBA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니 위-신 창처럼 한국 MBA를 배우러 한국을 찾는 외국인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국 MBA 학생들과 교환수업과 인턴활동을 하려는 해외 대학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프랑스·영국 등의 대학은 한국과 복수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명문 MBA에서 국내 프로그램을 배우기도 한다. 세계 속 한국 MBA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KAIST 경영대학이 영국 국제 비즈니스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의 ‘2009 FT Executive Education’ 랭킹에서 45위에 올랐다. 국내 MBA가 주요 국제 랭킹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의 CEIBS(19위)에 이어 2위다. 지난 5월에는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지 ‘아시아 톱 MBA 과정’에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포함됐다. 예전에는 일류 MBA 과정을 배우기 위해 해외로 유학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국내기업의 성공사례 분석이 해외 명문 MBA 수업에 활용되고 있다. 연세대 MBA 교수들의 ‘현대자동차 기아차 인수·합병에 관한 사례분석’과 ‘NC소프트’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대한 사례 분석은 Ivey 사이트는 물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등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다. 서울대 MBA 역시 ‘유한킴벌리 성공사례’ ‘KT 딜레마’ 등을 해외에 판매했다.

한국 MBA가 세계 수준의 비즈니스 스쿨로 인정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성균관대는 미국 경영교육 인증기관인 ‘AACSB-인터내셔널’로부터 국제인증을 받았다. 고려대는 AACSB와 유럽 경영교육인증 EQUIS를 획득하기도 했다. 카이스트 역시 AACSB의 인증을 받았다.

외국 학생 끄는 한국 MBA

로버트 C. 클렘코스키 성균관대 SKK GSB 원장은 “최근 해외 명문교와의 복수학위제도가 급증하는 것은 한국MBA의 우수성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SKK GSB의 경우 지난 5년간 22개국 이상의 외국인이 입학했다.

내년 2월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을 졸업하는 아크롬(31·우즈베키스탄)은 이미 국내 회계법인에 취업했다. 그는 “한국에서 선진화된 공부를 하다보니 이곳에서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취직을 했다”고 말했다. 아크롬이 꼽은 한국 MBA의 강점 중 하나는 외국인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영어수업이다. 고려대의 글로벌 MBA와 S³아시아 MBA는 100% 영어 강의를 진행하는 등 전체 강좌 중 60%를 영어로 수업한다. 해외 유명대학들과 복수학위나 교환학생 협정을 통해 국제교류가 활발한 것도 장점이다.

서강대의 경우 MBA 2년 과정 중 학생이 원하는 때에 1학기 교환학생을 지원할 수 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전체 재학생의 46%가 교환학생으로 파견됐다. 고려대는 21개국 52개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보낸다.

중앙대 CAU-Fudan MBA 학생들은 중국 푸단대에서 1년 동안의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방송통신미디어 MBA를 운영하는 한양대는 방학 중 미국·스웨덴 등으로 해외 현장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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