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유지군 거부' 인도네시아 시간끌기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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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카르타 = 진세근 특파원,AP.AFP=연합]동티모르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평화유지군 파병을 둘러싸고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제사회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2일 아태경제협력체 (APEC) 회의에서 인도네시아 군부가 민병대들의 주민 학살을 허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국제평화유지군 배치를 즉각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메리 로빈슨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도 이날 APEC 회의장을 방문,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제평화유지군 파병 반대를 고집할 경우 동티모르 주민 인권침해 사건 등을 조사할 전범재판소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유엔 안보리도 이날 50여개국 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 동티모르 폭력사태를 규탄하고 바하루딘 유수프 하비비 대통령은 국제평화유지군의 즉각적인 배치를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군 및 민병대가 현지 주민들에 대한 학살을 계속하고 있으며 동티모르에는 현재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며 군에 더 이상 치안을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동티모르 사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설사 국제평화유지군을 수용하더라도 동티모르 합병을 선언한 지난 78년 포고령에 대한 의회의 폐기절차를 밟은 뒤에야 수용할 수 있다며 버티고 있다.

이에 앞서 위란토 군참모총장은 11일 국제평화유지군을 조속히 배치하도록 하비비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몇시간 뒤 발언을 뒤집어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제평화유지군 수용을 놓고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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