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이낸스사고 재발 방지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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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사 금융기관인 삼부파이낸스 대표의 거액 횡령사건은 그 성격상 '올 것이 온 사고' 라는 데서 금융의 사각지대를 외면.방치해온 당국의 무책임을 또한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유사 금융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늘며 폐해도 커서 이미 경찰의 수사를 받아 대표나 간부가 사법처리된 곳만도 30여곳에 이를 정도로 위험성이 줄곧 경고돼 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뒤늦게 공정거래위나 국세청이 나서 과장광고를 단속하고 세원 (稅源) 관리에 나서겠다고 법석을 떠는 것이 보기에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유사 금융기관의 번성은 사실 IMF사태의 부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95년까지만 해도 20여곳에 불과하던 것이 3년 만에 6백여곳에 이르고, 특히 부산지역은 IMF이후 은행.종금사 등 제도권 금융사들이 대량 퇴출, 취약지역이 되면서 유사 금융의 온상이 돼왔다.

파이낸스는 예금기관이 아닌 상법상 일반회사로 자본금 5천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설립이 가능하다.

투자자의 출자금을 운용해 배당을 줄 수 있을 뿐인데도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변칙.불법 영업행위를 다반사로 벌여왔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문을 닫거나 도산할 경우 원금까지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삼부파이낸스도 대표가 투자자들의 투자금 8백억원 가까이를 계열사 설립.개인활동.생활비.부동산 투자 등 주머니돈처럼 유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사 금융은 비단 파이낸스뿐 아니라 투자대행사.교통범칙금 대행업체.각종 상조회사 등 형태도 다양해 곳곳에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섰지만 결코 1회성 수사로 문제를 덮어선 안된다.

우선 걱정되는 점은 투자자들의 환매.인출소동이 파이낸스 업계 전체로 파급되고 이로 인해 부산권 전체에 유동성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이 사건을 정치권과 연관지어 떠도는 부산권 의원들의 수사설.민주산악회 견제설 등 근거 없는 억측으로 엉뚱한 부작용이 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사 금융기관의 창궐에는 투자자들도 책임이 크다.

유사 금융이 법의 보호권밖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수익에 현혹돼 거액을 맡겨버리는 투자자가 많다.

당국은 유사 사건의 재발이 없도록 더이상 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검찰은 물론 국세청과 공정거래위 등도 선의의 일반고객 피해를 막고 금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세무조사나 허위 과장광고 단속 등 맡겨진 역할을 다해야 한다.

재경부도 법이 없어 단속을 못한다는 푸념보다 빨리 법적 정비에 나서 이들을 감독.통제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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