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한.미.일 정상] 클린턴, 회담후 DJ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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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시 스탬퍼드 플라자 호텔 로비 라운지에서 열린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클린턴 미 대통령,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간의 3국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시간 1시간보다 10분 짧은 50분 만에 끝났다.

회담은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문제.동티모르 사태.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에서의 공조문제 등 의제를 설명하고 곧바로 본회담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취재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바람에 3국 정상이 회담에서 논의할 내용에 관한 각국의 입장을 서두발언 형태로 15분 가량 밝힌 뒤에 회담을 시작해 실제 회담시간은 35분밖에 안됐다.

◇ 회담 직전 발언 = 金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를 설명해달라" 는 질문에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 공조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는 데도 어느 정도 긍정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동티모르 사태에 대해서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이끌어낸 결론을 폭력으로 무너지게 해서는 안된다" 고 강조. 또 "인도네시아는 자기책임을 다해야 하며 유엔도 선거과정을 감시했던 만큼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고 말해 동티모르 문제가 3국 정상회담에서 깊이 있게 논의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45분쯤 회담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오부치 총리는 기자들에게 "클린턴 대통령과 金대통령의 토의가 중요하다" 며 "지난해 8월 아무런 경고없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서도 또한번의 우려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고 지적. 클린턴 대통령도 동티모르 사태에 대한 군사개입 여부에 대한 질문에 "군사지원은 유엔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 답변.

◇ 회담장 = 3국 정상은 삼각형으로 배치된 좌석에 앉아 회담을 진행. 정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외무부장관과 외교안보수석이 배석했고 뒷줄에 공식수행원들이 착석. 박준영 (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고 전했다.

회담이 끝난 뒤에는 10여분간 각국 정상들이 따로 담소를 나누었는데 金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얘기를 나눴다.

클린턴 대통령은 金대통령에게 "오늘 말씀에 감사한다" 며 "한국의 경제회복을 축하하고 더 안정된 회복이 있기를 기대한다" 고 말했다.

이에 金대통령은 "힐러리 여사의 선거운동은 잘 돼가느냐" 고 물었는데 클린턴 대통령은 "내가 힐러리의 정책을 반대해 도움이 된다면 반대할 생각" 이라고 말해 웃음.

올브라이트 장관은 "金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집에 걸어두고 항상 보면서 존경의 마음을 느낀다" 고 했고 金대통령은 "나도 그 사진을 갖고 있다" 고 화답. 그러자 올브라이트 장관은 "오늘 이 자리에서 金대통령이 좋은 제안을 해줘 고맙다" 고 인사.

오클랜드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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