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과 알함브라 궁전, 제주 오름과 해남 바닷가를 오가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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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호 07면

사진작가 배병우(59)는 기다리는 작가다. 영험한 서기(瑞氣)가 서려 있는 소나무 사진을 찍기 위해 그는 꼭두새벽 산에 올라 그 ‘때’를 기다린다. 동틀 무렵 모습을 드러내는 소나무와 그들을 어루만지는 듯한 안개가 깔려 있는 그의 사진은 그런 노력과 운의 결정체다. 이 사진을 보며 사람들은 자연이 전해준 치유 능력을 찾아내는지도 모른다.

배병우 전, 10월 1일~12월 6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문의 02-2188-6000

그는 나무와 대화한다. 맘에 드는 나무가 보이면 그 나무 둘레를 빙글빙글 돌며 한참을 쳐다본다고 했다. “나무가 몇 살 먹었는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는 그다. 세계문화유산인 알함브라 궁전의 정원을 2년간 촬영해 달라고 스페인 정부가 초청한 것도 그의 이런 능력을 알아봤기 때문 아닐까.

“알함브라 궁전 후원에서 거대한 소나무 숲을 발견하고 행복했다”고 그는 말한다.
이번 전시는 고향인 전남 여수의 바닷가, 제주 오름의 부드러운 능선, 창덕궁의 여름과 겨울, 알함브라 궁전의 정열 등 그의 사진 인생을 반추하는 듯한 사진 97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매일 8차례 작품 설명회가 열리며 14일 오후 2시에는 작가와의 대화도 준비돼 있다.
11일부터 11월 15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1시에는 미리 예약한 20가족을 대상으로 가족 사진 촬영 및 캘린더 제작 체험행사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