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민주화' 한나라로 불똥…"3金폐해 사당화 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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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에서 발화된 정당민주화 논쟁이 한나라당에도 옮겨붙을 조짐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제2창당을 주도하는 뉴밀레니엄위원회가 여당과 당 지도부를 한꺼번에 겨냥했다.

김덕룡 (金德龍) 부총재가 이끄는 뉴밀레니엄위원회의 7일 회의에서 이같은 얘기들이 나왔다.

의원들은 '대통령.총재직 분리론' 과 '투명한 공천' 을 주장했다고 金부총재측이 8일 밝혔다.

특히 이 위원회의 '비전21분과' 위원장인 손학규 (孫鶴圭) 전 의원이 "대통령이 당의 총재직을 겸한다면 3金정치 폐해로 지적되는 사당화 (私黨化) 를 막을 수 없다" 며 "대통령이 당을 좌지우지 못하도록 하는 게 정당민주화" 라고 지적했다고 한다.당쇄신분과위 (위원장 趙鎭衡의원)에서는 "공천 기준을 사전에 제시하고 투명한 심사과정을 거치는 절차적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 는 목소리도 나왔다.

金부총재측은 "제2창당 작업이 기본적으로는 뉴밀레니엄위원회 소관인 만큼 이달 말께 정식 의제로 올린 뒤 당론 확정 여부를 검토하겠다" 는 입장이다.

여차하면 이 문제가 공론화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당내 비주류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를 계기로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당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반면 李총재측은 떨떠름해하는 모습이다.

李총재는 "뉴밀레니엄위원회에서 어떤 논의도 할 수 있지만 마치 당론으로 결정된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곤란하다" 고 우회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李총재측으로서도 마땅한 대책 마련은 쉽지 않은 형편이다.

97년 대선 당시 조순 (趙淳) 총재와 함께 '대통령.총재 분리론' 을 폈던 李총재로서는 분리 주장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

李총재는 더구나 "당헌.당규 개정은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한다" 고 강조한 적도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확실히 한나라당을 '이회창당' 으로 만들겠다는 李총재측으로서는 공천 민주화 요구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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