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김우중 회장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우중 회장께.

여러 가지로 마음 고생이 심하시겠습니다.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기업개선작업) 으로 입게 된 상처에 소금을 비벼대는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만, 모두를 위해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어 글월을 올립니다.

지난 30년간 金회장께서는 한국 경제 고속성장의 상징이셨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최고 경영인으로서, 또 국제경영인으로서 받게 된 그 칭송으로 당신께서는 전경련 회장이 되셨습니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金회장께서는 무리한 확장과 부실경영의 상징이 되시고 말았습니다.

당신께서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계신 것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아마 金회장께서도 바늘방석일 것입니다.

전경련이 어떤 곳입니까. 대기업과 재벌 총수들의 모임 아니겠습니까. 이제라도 훌훌 털고 일어나십시오. 이런 말씀은 전경련의 여타 회원들은 할 수 없는 말입니다.

그들도 비슷한 처지에 빠져 '제 코가 석자' 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최근 상황을 안타까워 하며 위로의 말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정부로선 더구나 거론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안 그래도 '순수한 마음에서' 또는 '나라경제의 회생을 위해' 추진하는 재벌개혁이 재벌해체로 비치고 있고, 재벌그룹과 최고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가 재벌 두들기기로 해석되는 마당에, 어찌 정부가 金회장께 그만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럴 때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나 대우그룹 회생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셔야 합니다.

그래야 대우그룹 회생의 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고 대우 부실이 국민경제에 안겨주는 부담을 한푼이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金회장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 결정은 金회장께서만 내릴 수 있는 외롭고 뼈아픈 결단입니다.

이제 세상이 좁다 하고 폈던 날개를 접으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김정수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