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캐릭터'왕범이' 상품화해놓고 판매망 구축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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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 캐릭터 왕범이가 상품화된지 반년이 지나도록 제품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림의 떡' 이라는 불만을 사고 있다.

시가 제대로 판매망을 마련해 주지 않자 제조업체들이 납품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범이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캐릭터. 시는 올 1월 9개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왕범이 모습이 담긴 시계.티셔츠 등 캐릭터 상품 18종류를 3월부터 백화점.팬시용품점 등에서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매출목표는 20억원. 하지만 현재 왕범이 캐릭터 상품이 전시.판매되는 곳은 서울시청 내 홍보관 한 곳뿐. 그나마 물건이 없어 봉제인형만 팔고 있다.

티셔츠.열쇠고리 등의 생산을 맡고 있는 ㈜대신종합상사 관계자는 "시가 주선하는 홍보관 등에서만 소량 판매해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가 없다" 고 말했다.

시계 제조업체 ㈜K. P.L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왕범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개별적으로 판매망을 뚫기가 불가능하다" 며 "디자인 개발비 2천여만원만 날리게 됐다" 고 시에 불만을 터뜨렸다.

계약 당시 시는 잡지 등에 왕범이가 들어간 표지디자인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TV 어린이 프로그램에 왕범이를 고정 출연시켜 인지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하나도 시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막대한 돈을 들여 TV 광고 등을 하는 것은 어려운데도 업체들이 '공짜 홍보' 를 기다리고 있다" 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왕범이 캐릭터 개발에는 7천여만원의 예산이 들었으며 각 업체들의 캐릭터 상품개발에도 모두 1억원 정도가 투입됐다.

캐릭터 개발업자들은 "시가 중소기업체들의 어려운 사정을 전혀 고려해 주지 않는다" 며 시의 적극적인 판매망 확보 노력을 촉구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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