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생이 무슨 일로 갑옷 입었나
먹은 마음 다 틀어지니 한숨뿐이네
통곡하노니 조정에서 날뛰는 놈들의 꼴이여
해외에서 침노한 적 어찌 말하랴
백일 아래 흐르는 강물소리 슬픈 소식 울먹여
창천에 눈물 막히니 실버들 이슬비 내리네
이제야 떠나온 영산포 못가게 되니
두견새 되어 피울음 울며 돌아가리
- 전수용 (全垂鏞.1878~1910) '임종시'
의병장 해산 전수용. 전북 임실의 유생이던 그는 의병을 일으켜 호남 일대에서 왜군과 싸우다 소위 남한대토벌 작전 때 영산포에서 생포된다.
대구감옥에서 처형되는데 이 시는 사형 당일 세상을 하직한 울분을 그대로 표출한다.
죽음이 의리이고 삶이 곤궁한 시절의 순수한 우국으로부터 우리는 너무 멀리 떠내려와 있다.
외적보다 내적에 더 분개하는 선열의 얼굴을 그려본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