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독립투표 D-2…유혈충돌등 극도의 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인도네시아 동티모르가 30일 독립 투표를 앞두고 극도의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27일로 일단 선거운동은 마감됐다.

그러나 투표가 평화적으로 진행될지, 또 독립지지파와 반대파가 투표 결과에 승복할지는 불투명하다.

26일 최소 5명이 숨진 데 이어 27일에도 주도 (州都) 딜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유혈충돌이 꼬리를 물어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유엔 동티모르 파견대 (UNMET) 의 김여정 (金如訂.26) 씨는 "우리도 숙소 밖으로 나가기 힘들 정도" 라고 긴박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유엔과 포르투갈.인도네시아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유혈사태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투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유엔은 대신 UNMET 요원을 지금보다 두배 많은 7백60명으로 늘리고 주둔 기한도 11월 30일로 연장하기로 했다.

투표가 연기될 경우 독립지지파의 저항이 거세져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치안 유지의 핵심인 인도네시아 경찰이 팔짱을 끼고 있어 제대로 된 투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언 마틴 UNMET 단장은 "26일 유혈사태 때 경찰이 독립반대파 밀리샤 (민병대) 를 비호했다" 고 비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동티모르가 독립할 경우 다른 지역에까지 독립 열풍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니는 이 지역의 막대한 석유자원 때문에라도 동티모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밀리샤의 투표 방해 공작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이들의 위협을 피해 벌써 6만명 이상의 주민이 숲이나 교회 묘지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UNMET의 데이빗 윔허스트 대변인은 "밀리샤의 목표는 주민들이 투표장에 아예 못나오게 하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냉각기로 설정해둔 28~29일 또다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한다면 투표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투표가 끝나더라도 불씨는 계속 남아 있다.

동티모르 군사령관 노에르 무이스는 "독립파와 반대파간의 폭력사태로 볼 때 양측 모두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 같지 않다" 고 투표 이후의 정국에 대해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 내각은 독립파 지도자인 사나나 구스마오 (52) 를 9월 15일 석방키로 결정했다.

구스마오는 독립 동티모르의 초대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인물. 그러나 영국 BBC방송은 "구스마오가 대통령직을 고사하고 중재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고 전했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춘 협상 테이블이 구성될 수 있는 희망적인 돌파구가 열린 셈이다.

자카르타 = 진세근 특파원,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