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극 '변학도는 왜…' 2년준비끝 25일 초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춘향전을 패러디한 향단전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최민아 작.김형태 연출)가 무대에 오른다. 무명극단인 천막무대가 문예창작활성화 기금 8천만원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한 이 작품은 속전속결로 선보이는 많은 연극작품과 달리 2년여의 준비 끝에 태어나 완성도 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5~31일 동숭홀에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등장인물과 기본구조 등은 고전 춘향전에서 떼왔지만 인물의 성격이나 전개방향, 결말은 판이하게 다르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춘향의 재해석. 권력을 가진 변학도의 수청요구를 거절할만큼 지순한 사랑에 목숨을 거는 종래의 춘향이 이 작품 속에서는 신분상승욕에 불타는 여성으로 표현된다.

이도령과의 만남과 혼인 역시 변신을 꿈꾸는 춘향의 철저한 계산이고, 이도령과 이별한 후에는 변학도를 유혹하기까지 한다.

작품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의 중심인물은 향단이다. 원전에서 춘향의 몸종에만 머물었던 향단은 여기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는다.

춘향이에 싫증난 변학도가 관심을 보이는 대상이지만 수청을 거부하는 의지가 강한 여성으로 나온다.

이런 새로운 내용을 담는 형식 또한 파격적이다. 전통 마당놀이 형식에다 힙합.대중가요 등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를 결합해 보고 듣는 즐거움을 모두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공연마다 15인조 민족관현악단의 라이브 연주가 곁들여진다.

실험극단의 '오봉산 불지르다' 에서 역할바꾸기에 능한 고수로 나와 인기를 모은 박철민이 다시 한번 우리 가락과 현대성이 결합된 이 작품 속에서 관객을 쥐었다 놓는 익살스런 인물을 연기한다. 02 - 762 - 0010.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