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G20 첫 출구전략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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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호주 중앙은행(RBA)이 6일 기준금리를 3%에서 3.25%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1년7개월 만에 첫 인상이다. 호주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처음으로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에 시동을 건 것이다.

글렌 스티븐스 호주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발표한 설명에서 “심각한 경기 위축 시기가 지났고, 지금은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갈 때”라며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경기가 하강 국면이어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격히 내렸었다”며 “그러나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할 만한) 근거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호주의 결정은 ‘올 연말께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을 벗어난 것이다. 호주 통화 당국이 금융위기 이후의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시장은 호주에 이어 기준금리를 올리는 국가들이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최근 가장 먼저 출구전략을 쓸 후보로 호주와 함께 한국·인도·노르웨이 등을 꼽은 바 있다. 현대증권 신동준 채권분석팀장은 “G20이 출구전략의 공조화를 약속했지만 호주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의 부담이 줄었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금리 인상 소식은 국내 시장에도 즉각 영향을 미쳤다. 우리도 출구전략을 예상보다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8.46포인트(0.53%) 떨어진 1598.44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밑돈 것은 8월 31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국내 채권 금리도 상승(채권 값 하락)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9%포인트 오른 연 4.84%를 기록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0.01%포인트 오른 연 2.78%로 6일째 상승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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