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8일 수익증권 환매사태 불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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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발표한 투자신탁 수익증권 환매대책이 기업이나 개인의 경우 발표후 1백80일째가 되는 내년 2월 8일 무조건 환매하는 게 유리하게 돼있어 이날 직후 대규모 환매사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업.개인의 경우 1백80일을 기다리면 13일 현재 대우채권 기준가격의 95%를 무조건 보상받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환매를 안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1백80일째가 되는 2월 8일 이후에는 환매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기간을 넘긴 경우라면 무조건 환매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8일 이후 7월 1일 이전에 환매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인센티브가 주어지도록 대책이 수정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신인석 박사) .또 대규모 환매사태에 대비해 대우채권만 사주는 '배드 펀드' 의 설립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내년 2월 8일 환매가 유리 = 2월 8일 환매하면 대우사태가 해결될 경우 비 (非) 대우채권 전액과 대우채권 95%를 먼저 받고 7월 1일 이후 시가 (時價) 로 평가해 차익이 생긴다면 그 몫까지 보상받는다.

게다가 환매한 사람은 현금을 미리 받기 때문에 7월 1일까지 이자수입을 덤으로 챙길 수 있다.

또 대우사태가 잘못될 경우에도 최악의 경우 대우채권분의 5%만 손해보면 된다.

하지만 7월 1일까지 환매하지 않은 사람은 대우가 잘될 경우 2월 8일 이후 환매한 사람과 마찬가지지만 만약 잘못될 경우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 환매사태의 파장 = 보통 환매수수료는 길어야 가입후 1년이 지나면 물지 않는다. 따라서 6개월 후에는 환매수수료를 물지 않는 기간에 포함되는 기업.개인이 최소한 절반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투신의 총수탁고가 2백50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범위에 드는 기업.개인 비중이 20%만 돼도 50조원이 환매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환매자금을 대기 위해 투신이 주식.채권을 팔아 주가폭락.금리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나마 비대우분은 주식.채권이라도 팔 수 있지만 대우분은 거래도 안돼 대우분의 95%는 투신이 '생돈' 으로 물어줘야 한다. 이 때문에 투신의 부실이 가속화할 수 있다.

◇ 대안은 뭔가 = 무엇보다 내년 7월 1일까지 환매하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상당한 인센티브가 돌아가도록 대책이 수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 7월 1일 이전에 환매하는 사람에게 환매시점별로 대우채권의 50, 80, 95%를 보상해 주고 남는 부분의 전부 혹은 일부를 7월 1일까지 환매하지 않은 사람에게 보너스로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2월 8일 이후에는 어차피 상당한 규모의 환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신.증권사와 정부가 공동으로 '대우펀드 (또는 배드펀드)' 를 만들어 투신이 안고 있는 대우채권을 매입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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