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방지대책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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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투신업계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수익증권 환매방지 대책에 대해 여러가지 미흡한 점은 있지만 일단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선택이란 평가를 내렸다.

대우그룹 회사채 편입비중만큼은 환매를 하지 못하도록 조치함으로써 투자자들의 무차별 환매사태를 막을 심리적 버팀목을 마련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개인 및 법인들의 경우에도 환매를 늦출수록 투자자금을 많이 회수할 수 있도록 경과조치를 취해 그 동안 금융당국의 통제권 밖에 있었던 일반투자자들의 환매도 어느 정도 억제하는 작용을 할 것이란 분석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일시 환매에 나설 경우 시중 금리폭등에 대비한 뚜렷한 대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투자자들이 각자 매입한 수익증권의 대우 회사채 편입비중을 파악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상당기간 일선창구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환매개시 시점 = 13일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각 투신사들이 전산프로그램을 이번 조치에 맞게 조작해야 하기 때문

에 사실상 즉각적인 시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투신사들의 경우 운영 중인 펀드 가운데 대우그룹 회사채 비율을 별도로 산정해놓지 않은 회사도 있기 때문에 전산프로그램 정비시간이 필요하다.

D투신의 관계자는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고객들이 환매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시점은 16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 으로 내다봤다.

◇ 예상효과와 업계반응 = 기관투자가들의 환매요청 금지조치를 풀었을 경우 예상되는 투자자들의 무차별 환매요청 사태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조치라는 점에서 업계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투신사들이 전산프로그램을 갖출 준비마저 없이 갑작스레 계획을 발표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투신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공적자금 투입을 하지 않는 최선의 대책으로 본다" 며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도록 금요일 또는 주말에 계획을 발표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묶어두었던 기관투자가들의 환매요청을 당장 13일부터 풀어놓음으로써 일시적인 환매수요에 따른 금리급등이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최근 가뜩이나 매수기반이 엷어진 주식시장이 금리인상 우려 때문에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투신의 이상언 차장은 "언젠가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며 "금융당국의 조치가 비록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무차별 환매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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