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조훈현-유창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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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포석좋은 흑, 순풍에 돛달고 쾌속 항진

제2보 (21~49) =21은 초보적인 맥점이지만 曺9단은 그 수가 너무 따끔해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책에는 '참고도1' 백1로 곱게 잇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흑2로 알뜰하게 자리잡으면 백만 둥둥 뜨게 된다. 머리를 헝클이며 5분여를 장고하다가 결국 22의 속수를 두고말았다. 어차피 꽉 잇거나 22, 24로 두거나 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이쪽도 심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5의 한방이 아프고 30으로 끊어 잡았으나 아직도 '가' 로 추궁당하는 쓰라림이 남아있다. 반면 흑은 33까지 몹시 두터운 모습.

여기까지의 결과를 놓고 판정을 내려보자. 흑▲와 백△는 비겼다 치고 좌상귀는 덤으로 보자. 이제 나머지를 비교해 보면 되는데 두 군데의 백보다는 두 군데의 흑이 월등히 좋다. 曺9단의 초반 대실패가 명백해진 것이다.

한낱 정석선택이 빚은 결과였다. 그러나 좀더 전문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현대바둑에서 백의 난제는 바로 포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흑엔 무수한 선택이 있지만 백은 거의 없다. 바로 이 점 때문에라도 덤은 늘어나야 옳을 것 같다.

35의 눈목자는 劉9단 득의의 수법. 36의 침입을 기다려 41로 빠지려는 의도다. 41은 국내에선 임선근9단이 처음 두었는데 '참고도2' 에 비해 좀더 두텁다. 실리보다 두터움을 크게 보는 현대감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한 수라 할 수 있다.49로 넓게 공격해 흑은 순풍에 돛을 단 모습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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